미국의 관세평가: 거래가격, 가산요소와 실무상 주의사항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의 관세는 대부분 물품 가격에 세율을 곱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부과되므로, 관세평가는 품목분류, 원산지와 함께 관세액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232조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가 2026년 4월부터 수입품 전체의 세관가치에 부과되고 301조 등 추가관세가 겹치면서, 과세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관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관세평가의 법적 구조

미국의 관세평가는 1930년 관세법 제402조(19 U.S.C. § 1401a)와 미국 관세청(CBP) 규정 19 C.F.R. Part 152에 따르며, WTO 관세평가협정과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평가방법은 정해진 순서대로 적용되는데, 거래가격(transaction value)이 원칙이고,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동종물품의 거래가격, 유사물품의 거래가격, 공제가격(deductive value), 산정가격(computed value), 그 밖의 합리적인 방법 순으로 넘어갑니다. 수입자는 공제가격 대신 산정가격을 먼저 적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거래가격과 가산요소

거래가격은 수입물품이 미국으로 수출판매될 때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price actually paid or payable)을 말합니다. 미국은 많은 나라와 달리 국제운송비와 보험료를 과세가격에서 제외하는 본선인도(FOB) 기준을 사용하므로, 송장 가격에 운임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구분해 공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매자가 부담하는 포장비, 판매자 측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 생산지원(assist), 수입물품과 관련하여 판매조건으로 지급하는 로열티나 라이선스료, 재판매 수익 중 판매자에게 귀속되는 금액은 송장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가산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가산요소는 생산지원입니다. 미국 구매자가 한국 생산자에게 금형, 공구, 원재료, 부품을 무상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거나 미국 밖에서 수행된 설계·엔지니어링 비용을 부담했다면, 그 가치는 과세가격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구매자가 자신의 구매대리인에게 지급하는 구매수수료는 가산하지 않지만, 대리인이 실질적으로 판매자를 위해 행동한다면 판매수수료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특수관계자 거래와 사후 가격조정

미국 자회사가 한국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경우처럼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수관계에 있으면, 거래가격을 사용하려면 그 관계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입증 방법은 거래 상황 검토(circumstances of sale)나 비교가격 기준(test values)이 있으며,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자료가 참고는 되지만 그 자체로 관세평가 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연말 이전가격 조정으로 수입가격이 사후에 바뀌는 경우에는 정산(reconciliation) 제도나 사후정정(Post Summary Correction)을 통해 관세 신고에 반영해야 합니다.

최초판매가격 원칙

제조자와 중간 판매자를 거쳐 미국 수입자에게 판매되는 다단계 거래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제조자가 중간 판매자에게 판매한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최초판매가격 원칙, first sale rule). 해당 판매가 미국으로의 수출을 위한 독립적인 거래이고, 판매 당시 물품이 미국행으로 명확히 지정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거래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관세율이 높아질수록 이 원칙의 활용 가치도 커지지만, CBP의 심사가 엄격하므로 사전에 거래 구조와 서류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입자의 책임과 리스크 관리

관세평가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수입자에게 있으며, 수입자는 합리적 주의(reasonable care)를 다해 정확한 가격을 신고해야 합니다. CBP는 통상 수입신고 후 약 314일 이내에 관세를 확정(liquidation)하며, 그 전에 정보제공요청(CF-28)을 통해 가산요소나 특수관계 가격의 근거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소신고가 확인되면 추가 관세와 이자뿐 아니라 19 U.S.C. § 1592에 따른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오류를 발견했다면 CBP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사전자진신고(prior disclosure)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쓴이: Pierce Lee

이정운 변호사(Pierce J. Lee)는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미국 반덤핑·통상 변호사로, 미국 반덤핑·상계관세, 232조·301조·IEEPA 관세, 원산지·품목분류·관세평가 등 미국 통상·관세법 자문과 소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