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관에서 CF-28을 받았다면: 한국 수출기업이 알아야 할 대응 원칙

미국 수입자에게 CBP Form 28(정보제공요청서, Request for Information)이 도착하면, 한국 본사나 수출자에게도 곧바로 자료 요청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입자가 미국 자회사이든 현지 고객사이든, CBP가 확인하려는 원가·생산·조달 정보는 대부분 한국 측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한·미 FTA 특혜관세의 원산지, 232조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함량가치 산정,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한국산 제품의 원산지 판정을 둘러싸고 이러한 요청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CF-28 자체는 오래된 절차입니다. CBP는 신고된 품목분류, 과세가격, 원산지 등을 수입신고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이 양식으로 수입자에게 설명과 자료를 요구해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요구되는 입증의 깊이입니다. 예전에는 송장이나 원산지 증명 한두 건으로 끝나던 확인이, 지금은 원재료의 조달 경로와 단계별 거래 기록, 함량가치의 계산 근거까지 요구하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서류를 모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CF-28을 처음 받은 기업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요청서에 적힌 서류 목록을 체크리스트로 삼는 것입니다. 목록의 서류를 빠짐없이 첨부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청서에는 대개 열거된 서류 외에 “해당 요건을 입증할 수 있는 그 밖의 자료”를 함께 요구하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CBP가 원하는 것은 서류 묶음이 아니라, 신고 내용이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입증입니다.

한·미 FTA 원산지 검증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요청서에 자재명세서(BOM), 원재료 구매 송장, 생산 기록이 열거되어 있더라도, 이 세 가지를 보내는 것만으로 제품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다는 결론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담당 심사관이 서류 더미를 들여다보며 적용 기준을 찾고 계산까지 대신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설명 없는 자료 제출은 사실상 판단을 CBP에 맡기는 것이고, 그 판단이 회사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답변을 준비하는 순서

먼저 쟁점과 기한을 확인합니다. 질문 내용과 요청 자료를 보면 CBP가 품목분류, 과세가격, 원산지, 특혜관세, 232조 함량가치 가운데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드러납니다. 쟁점을 잘못 짚으면 아무리 많은 자료를 내도 핵심을 비껴가게 됩니다. 요청서에 적힌 회신 기한도 바로 확인하고, 공급업체 자료 수집 등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기한이 지나기 전에 연장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회사의 입장을 법적 기준에 맞춰 세웁니다. 원산지가 쟁점이라면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한·미 FTA 품목별 원산지 기준부터 확정해야 합니다. 세번변경기준이라면 비원산지 재료의 세번과 완제품 세번을 대조해 요구되는 변경이 일어났음을 보여줘야 하고, 역내가치비율 기준이라면 어떤 계산식을 썼는지와 각 수치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232조 함량가치가 쟁점이라면 철강·알루미늄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는지가 답변의 중심이 됩니다.

그 다음 근거가 끝까지 이어지는지 점검합니다. 원산지 판단이 공급업체의 원산지 확인서에 기대고 있다면, 그 확인서가 다시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따라가 봐야 합니다. 1차 공급업체가 2차 공급업체의 재료를 사용한다면 단계마다 주문서, 거래명세서, 배송 서류, 송장, 세금계산서, 대금 지급 기록으로 거래 사실을 뒷받침해야 할 수 있습니다. 중간 단계 하나가 비어 있으면 그 위에 쌓은 결론 전체가 흔들립니다.

마지막으로 설명서와 자료를 하나의 논리로 묶습니다. 답변서 첫머리에서 CBP가 검증하는 사항, 적용 기준, 회사의 결론을 간결하게 제시하고, 첨부 자료마다 어떤 사실을 입증하는지 표시해 두면 심사관이 회사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올 수 있습니다. 답변 내용은 당초 수입신고, 원산지 증명, 이전 답변과 어긋나지 않아야 하며, 불가피한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를 먼저 설명하는 편이 낫습니다. 원가나 거래처 정보처럼 민감한 자료에는 기밀 취급을 요청하는 표시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답변이 미흡할 때 생기는 일

회신하지 않거나 답변이 부족하면 CBP는 확보한 정보만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이 경우 CBP Form 29(조치 통지서, Notice of Action)로 세번이나 과세가격의 변경, 특혜관세 적용 배제 같은 처분을 알리고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이 반복적으로 수입되고 있다면 그 판단은 한 건에 그치지 않고 이후의 수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사안에 따라 과징금 같은 더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CF-28에 대한 첫 답변은 사실상 사안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요청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일

가장 좋은 대응은 요청을 받기 전에 근거를 갖춰 두는 것입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주력 제품별로 적용 원산지 기준과 충족 근거를 미리 정리해 두고, 공급업체로부터 원산지 확인서와 그 뒷받침 자료를 정기적으로 받아 보관해 두면 짧은 회신 기한 안에서도 충분한 답변을 만들 수 있습니다. 232조 대상 제품이라면 함량가치 산정 방식을 문서로 정해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미국 자회사나 고객사와 CF-28 수령 시 누가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제공할지, 민감한 원가 정보는 어떻게 다룰지를 미리 합의해 두면 실제 요청 앞에서 허둥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쓴이: Pierce Lee

이정운 변호사(Pierce J. Lee)는 Crowell & Moring LLP 워싱턴 D.C. 사무소의 국제통상·관세법 변호사로, 미국 반덤핑·상계관세, 232조·301조·IEEPA 관세, 원산지·품목분류·관세평가 등 미국 통상·관세법 자문과 소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