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26년 7월, 60개 경제권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지 않거나 금지 조치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한국산 제품에도 7월 24일부터 기존 MFN 관세와 합해 12.5%가 되도록 이 관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USTR은 이런 관행이 강제노동 근절이라는 목표를 훼손하고, 강제노동을 이용하는 기업이 더 싸게 생산할 수 있게 해 시장을 왜곡하며, 기존 수입금지 조치의 우회 통로가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수입업체들과 일부 주 정부는 이 관세가 위법하다며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소송을 하나로 묶어(In re Section 301 Forced Labor Cases)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심리하고 있으며, 교육용 완구 수입업체 Learning Resources 등이 제기한 사건을 대표 사건으로 정해 먼저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9월 30일 구두변론이 열렸고, 재판부는 10월 2일 네 가지 질문을 담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정부와 원고 측은 10월 16일 이에 대한 답변서를 각각 제출했습니다.
쟁점 ① USTR은 어떤 근거로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나
301조는 USTR이 외국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은 이 “불합리한” 관행을 두 갈래로 정의합니다. 하나는 국제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불공정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관행을 폭넓게 가리키는 일반 규정((A)항)이고, 다른 하나는 강제노동을 허용하는 관행 등 노동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규정((B)항)입니다.
정부는 이번 서면에서 USTR이 (A)항의 일반 정의에 근거해 판단했으며, 이는 보고서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설령 설명이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판단의 근거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판정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원고 측은 정부 대리인이 구두변론에서 (A)항과 (B)항 어느 것에도 근거하지 않았다고 아홉 차례나 답변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행정기관의 결정은 결정 당시 내세운 근거로만 판단해야 하므로, 소송 도중에 새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원고 측은 또 노동권 문제는 (B)항으로만 다룰 수 있는데, (B)항은 자국 안에서 강제노동을 허용하는 관행을 대상으로 할 뿐 다른 나라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막지 않는 관행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② 각국의 경제발전 수준을 고려해야 했나
301조는 노동권 관련 관행((B)항)의 경우, 그 관행이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에 비추어 무리가 없다고 USTR이 판단하면 불합리한 것으로 보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규정이 (B)항의 관행에만 적용되며, 그마저도 고려 여부가 USTR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USTR은 (A)항에 근거했으므로 경제발전 수준을 고려할 의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또 원고 측이 USTR의 의견 검토가 부실했다는 주장은 하지 않겠다고 구두변론에서 밝혔고, 경제발전 수준을 문제 삼은 국가도 베트남·콜롬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 세 곳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고 측은 의회가 경제발전 수준을 노동 관행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정한 만큼, USTR이 어느 규정에 근거했든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APA)상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USTR 보고서는 60개 경제권 어디에 대해서도 경제발전 수준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쟁점 ③ 위법하다면 관세를 취소해야 하나
정부는 판정을 취소해서는 안 되며, 법원이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더라도 판정은 유지한 채 USTR에 보완 설명을 요구하는 방식(remand without vacatur)이 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근거 규정을 밝히지 않은 점과 경제발전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사후 설명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결함이므로 판정을 취소(vacatur)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원고 측은 또 USTR이 각 경제권의 관행이 미국 통상에 부담을 준다는 점을 국가별로 입증하지 않았다는 점도 별도의 취소 사유로 들었습니다.
쟁점 ④ 원고들은 어디까지 다툴 수 있나: 한국이 포함된 8개 경제권
정부는 USTR의 조치가 경제권별로 분리될 수 있으며, 원고들은 실제로 물품을 수입하는 경제권에 대해서만 다툴 자격(standing)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판정 전체를 다툴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법원이 범위를 좁힌다면 최소한 원고들이 수입하는 경제권에 대해서는 판정을 취소하고, 다른 원고들의 소송도 진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주목할 부분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대표 사건 원고들은 캄보디아·중국·EU·인도·한국·대만·태국·베트남 등 8개 경제권에서 물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고, 정부도 원고들이 이 8개 경제권에 대해서는 다툴 자격을 입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판결의 범위를 원고들의 수입국으로 한정하더라도, 한국은 그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결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관세 구조와 지금까지의 소송 경과는 301조 강제노동 관세 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미국 국제무역법원, In re Section 301 Forced Labor Cases, Court No. 26-03555, 정부 측 보충서면(ECF No. 62) 및 원고 측 보충서면(ECF No. 63) (2026년 10월 16일) · 미국 연방관보, USTR 301조 강제노동 조치 공고 (91 FR 47318)